초등학교 6학년 때 어머니는 유방암 제거 수술을 받으셨다. 지금은 없어진 고려대학교 혜화동 병원 이었다.
왠지는 기억에 없지만, 두학년 아래인 동생은 학교를 가고 나만 학교를 쉬는날 어머니가 계신 병원에 갔었다.
어머니는 그 전에 이미 수술 하시고, 퇴원을 기다리는 나이롱(?) 환자 셨으니 자유롭게 병원 밖도 나가실 수 있었다.
어머니는 나를 대리고 혜화역 앞에 있는 경양식 집에 데리고 가서 돈가스를 사 주셨다.
건물 2층에 있는 식당이었는데, 바로 앞에 대학로를 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전망 좋은 식당이었다.
그리고 대학로 근처에 있던 아마도 동성고등학교도 식당에서 보였다.
근데 그 날이 그날 대입 학력고사 시험일이었다. ( 88년 )
당연히 어머니와 식사를 하는 중에 교문 밖에서 기도하는 어머니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었다.
어머니랑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도 어머니도 나도 6년 뒤엔 어느 학교에서 우리가 저렇게 있지 않을 까 생각하지 않으셨을 까..
근데... 그게 어머니와 내가 둘이 함께 한 마지막 기억이다.
1년 뒤에 어머니는 유방암이 다른 장기에 전이 된게 뒤늦게 발견 되고, 내 생일을 4일 앞두고 영원히 떠나셨다.
도박벽(?) 이 있는 아버지를 붙잩아 주던 어머니의 죽음은, 우리 가족의 추락으로 이어졌고
나는 생각해 보지 못했던 다른 길의 삶을 살아와야 했다.
그렇게 돌고 돌아 지금은 나를 닮은 예쁜 딸을 키우고 있지만
가끔은 어머니가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어떘을 까 하는 아쉬움도 함께 든다.
늘 어머니를 닮았다는 어른들의 말을 들으며 자랐던 나는
나를 닮은 딸의 모습에서 가끔 어머니의 어렸을 때 이런 모습 이셨을 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고등학교 때 가끔 어머니가 생각이 나면 집앞에 있는 68번 시내버스를 타고 혜화동 종점까지 타고 오곤 했는데,
미국에 온지 16년이 된 지금은 그냥 어머니의 영정 사진을 보는 것 밖에는 어머니를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8년전 마지막으로 한국을 다녀올 때, 아버지/어머니 유골을 모셔와서 근처 묘지에 안치하려는 생각을 했었다.
근데, 유골을 화장하고 가져오는 절차도 복잡하고
또 살아계신 아버지/어머니 형제분들 한데 일일이 양해를 구하는 것도 좀 힘들어 결국 포기 했었다.
그때 그냥 끝까지 해 봤으면 어땠을 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가끔 추석에 어머니와 함께 만두를 만들던 기억, 어머니와 마지막으로 먹었던 돈가쓰를 기억하지만
이제는 앨범속 환하게 웃는 모습이외에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다.
37번째 기일인 오늘.
오늘 하루는 앨범 속 어머니와의 사진을 보며 , 어머니를 기억해보는 그런 하루를 보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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